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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솔찍 후기

by 그들의 아름다움 2024. 6. 5.

원더랜드 시사회 후기

 

 
 

크랭크인할 때부터 화제가 된 작품. 드디어 개봉했다. 개봉 당일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 해당 글은 스포가 있습니다.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해당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제 의견입니다. 어떤 사람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영화 < 원더랜드 >
감독 : 김태용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가 : 대한민국
주연 :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러닝타임 : 113분
쿠키 : 있음 (+ 영화 엔딩크레딧 맨 마지막에 수지, 박보검 노래 짧게 나옴)
개봉일 : 2024. 06. 05
[평가]
로튼 토마토 지수🍅 : -
IMDb 평점 ⭐ : -
메타크리틱Ⓜ️ : -

줄거리 (스포주의)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일상이 된 세상,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바이리'(탕웨이)는 원더랜드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원더랜드에서 고고학자로 복원해 딸, 엄마와 행복한 일상을 나눴다.

한편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정인'(수지). 어느 날 기적처럼 '태주'는 깨어난다. 대신 뇌손상으로 옛날과 다른 모습으로 깨어난다.

원더랜드의 수석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신입 플래너 ‘현수’는 ‘원더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소중한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부모님과 교감해온 ‘해리’는 이용자들의 상황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현수’는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밖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어 마음이 쓰인다.

(스포주의)

'바이리'는 행복한 일상을 나누지만 갑자기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오류가 발생한다. '정인'은 과거와 다른 '태주'의 모습에 낯선 감정을 느낀다. 점점 균열이 오는 '바이리'와 '정인'. 결국 '바이리'는 방화벽을 넘을 시도를 하지만, 넘지 못한다. 자신이 죽어서 원더랜드 서비스를 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다시 원더랜드 세상으로 복귀한다. '바이리'의 딸 '지아'도 엄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머니를 향한 과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정인'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을 '태주'에게 밝히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종료한다. 둘은 갈등을 매듭짓고 서로 화해한다.

 

사랑은 그리움이 있는 법

인간은 유한하다. 그래서 인간을 더 사랑하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이 끝났을 때, 잊혀졌을 때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리움으로 쌓은 사랑은 인간을 더 성숙하게 하고, 그 사람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영화는 그리움을 대하는 우리의 방법을 다루는 듯하다.

영화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와 엄마가 보고싶은 딸, 사망에 준하는 상태였던 남자친구와 그를 보필했던 여자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와 딸,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는 서로를 너무 사랑했다. 잊을 수 없는 마음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없는 존재. 인공지능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인공지능이 현실보다 더 커져버리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그리워도, 사랑해도 그저 그리운 대로, 보고싶은 대로 나눌 때 내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유지되고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그리움을 인정하지 못하면 끝이 없다. 끝이 없으니 자연스레 슬픔도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기에 점점 정서에 메말라갈 수도 있다. 영화 속에 배우 '김무성'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배우자, 자녀들은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장례식 이야기가 오감에도 슬픔이 보이지 않는다. 장례식장에서도 그런 모습은 마찬가지. 죽어서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과연 이렇게까지 침착할 수 있을까. 과연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계속 사람의 가슴 속에 남아 아린듯한 정서를 줄 수 있을까.

영화는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리워서 보고싶은 사람은 어떻게 봐야할까. 영화를 본 뒤 내가 내린 답은 이거다. 그리움은 그리운 대로 인정하자. 다만 이 사람이 너무 보고싶을 때 최소한의 '같이 있음'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진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거에요

영화 <원더랜드>

인공지능과 인지부조화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만나는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단어가 '인지부조화'다.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해 이상 속에서 빠져있는 것을 흔히 말한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Her>만 봐도 인지부조화는 나온다. 인지부조화인 것을 알고있지만, 이 사람이 없는 존재인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 생각을 떨쳐버리고 지워내면서 인지부조화 상태를 이어간다. 결국 '정인'처럼 현실에서 관계가 망가지거나, '바이리'처럼 이상 속에서 혼돈의 상태에 빠진다. 배우 '성병숙'이 연기한 캐릭터도 마찬가지. 현실과 때로 과하면 자신의 몸까지 혹사해 극단적인 결론이 나기도 한다.

진짜라고 믿었던게 가짜로 되는 건 한순간이야. 1초도 안 걸려

영화 <원더랜드>

 

이런 생각이 든다. 참과 거짓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과연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할까. 참을 참답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고싶은 말이 많다. (다 적으면 분량이 많아지니 생략하고) 난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다면 인지부조화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게 옳냐 그르냐는 다른 문제이지만.

아직 나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은 없다. 물론 조부모께서 돌아가시거나 친척 어른이 돌아가신 경험은 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일은 없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바이리'와 '정인'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사랑한다면 그가 '원더랜드'에 있음을 인정해주고 그 곳에서 행복하기를 응원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아닐까. 그게 진짜 그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는 꿈 속에 있는거에요.

즐겁게 즐겁게 인생은 그냥 꿈이에요

영화 <원더랜드>

치트키인 '모성애'도 과하면 좋지 않다

모성애만큼 보편적인 정서는 없다.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도, 슬퍼하는 상황에도 '모성애'는 치트키다. 바로 납득할 수 있는 키워드다. 그래서 많은 감독은 모성애 키워드를 사용한다. 다만 사용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무작정 모성애를 사용하면 진부해보일 수 있다. 나에게 이 영화가 다소 그렇게 느껴졌다.

현실에서 '바이리'는 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죽을 때는 딸을 생각해 유언을 남기고 원더랜드를 신청했다. 바빠도 그녀는 엄마였다. 그래서 너무 보고싶고 딸에게 가고싶은 마음까지는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 부분까지도 영화를 해석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나는 '바이리'가 현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살짝 영화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다. 아무리 실제 '바이리'의 데이터를 심어놨다고 해도 인공지능은 없는 존재다. 근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방화벽을 뚫고 나와 실재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설정이 이상했다. 현실 인물에게 전화하는 장면도 어색했다. 왜 '바이리'에게만 이 오류가 났을까. 영화는 '모성애'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듯하다. 아무리 모성애가 대단하다고 한들 실제와 허구를 이어준다는 설정은 조금 과한 장치가 아니었나싶다.

그러다보니 뒤로 갈수록 영화가 늘어지는 느낌이 났다. '태주'와 '정인'의 서사는 사실 이해가 가능하다. 그리고 속도도 괜찮다. 그러나 반대로 '바이리'의 서사는 너무 과하다. 우선 공항에서 그렇게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도 말이 안된다. (사실 영화적 허용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너무 심하게 눈에 밟히는 걸 어떡해. ) 게이트 밖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아이는 출국장을 넘어서 활주로까지 달려나간다. 표가 없으면 절대 넘어갈 수 없는 곳인데 아이는 도망간다. 물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한 '도망감'때문에 아이는 오히려 빌런처럼 보이다. 추후 나온 내용을 보면 아이는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까지 빌런 짓을 하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 굉장히 아쉬웠다. 과한 연출을 계속 보여주고 '바이리'의 이야기를 오래 다루다보니 '늘어진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연기력으로 슬픔을 표현하다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그 외 조연으로 나온 배우들까지. 모두 최고의 연기자들이 출연한 영화다. 그래서 배우 연기력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배우 중에서 단연 눈이 갔던 배우는 '박보검'이다. 박보검이 잘생겨서라기보다 (물론 잘생기긴했다) 1인 2역이 인상적이어서다. 우주에 살고 있는 허구의 '태주', 실제로 존재하는 '태주'. 서로 같은 얼굴에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똑같으나 처지는 다르다. 허구와 실제는 헤어스타일도 다르고 살짝 보면 살집도 다르다. 정말 다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연기를 했다. '정인'에게 버려진다는 느낌을 받고 분노하는 장면, 슬픔을 억누르는 장면까지 인상적이었다.

 

추가적으로 정유미가 연기한 '해리'라는 캐릭터, 최우식이 연기한 '현수'라는 캐릭터에 과한 서사를 부과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버지(로 확실하게 추정되는)가 돌아가신 현수. 여기서 더 가족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면 영화 자체가 산만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바이리' 서사, '태주'와 '정인'의 서사만해도 공감가고 몰입할 만하다. 다만 서사를 적게 부여한 대신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아마 감독도 이 부분을 예상을 하고 연출했던 것 같다.

'


영화 마지막 엔딩크레딧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지금은 원더랜드에 있을 그리운 동료들을 기억합니다. 방준석, 이얼, 김XX] (마지막 분 성함이 기억이 안납니다 죄송해요ㅠㅠ. 아시는 분 댓글 달아주세요)] 故방준석 음악감독은 'G선상의 아리아' 토대로 음악을 편곡해 작업을 하던 도중 2022년 3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정유미의 아버지로 나온 배우 故이얼도 2022년 5월 식도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모두 원더랜드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